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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홀로 있으면

평생 자신이 안정적으로 살지 못할 것이란

 불안이 밀려오곤 한다.

하룻밤에 얼마짜리 방인가 계산하다 보면

‘본전 생각이 나’ 집에서 나가기 싫다.

하지만 정작 월세 버느라 방에 있을 시간이 없다.

부동산에서 ‘돈이 정말 많은 분’이라고 소개한 집주인에 대해선

솔직히 ‘나 덕분에 편하게 돈 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습관적으로 아끼다 보니

더이상 절약하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병원 일이 적성에 안 맞고 힘들어도 못 그만두는 건

당장 다음달 월세 때문”이다.

매월 말일 주인에게 월세를 송금하는 한씨는

“이 돈이 얼마나 아까운지 느끼려고” 자동이체를 하지 않는다.

집이 아닌 방에서 한씨는 문득

“태풍이 부는데 우산만 쓰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외로울 때면 고향 친구나

비슷한 월세살이를 하는 동료를 만나 위로받는다.

한씨는 ‘집이 아닌 방에 만족하라’는 시대에 적응해가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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