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시간의 꽃, 자주닭개비를 위하여
마음길/사진과 글 2025. 5. 14. 11:40
숨은 시간의 꽃, 자주닭개비를 위하여그대는 모른다새벽 안개가 물러간 자리에서가장 먼저 피어나는 고요의 순명을어떤 위대한 경전보다 조용히 읊는다는 것을 자주빛,그 짙고도 침묵하는 색채는삶과 죽음 사이,언어 이전의 진리를 암시하는 기호 같아마치 붓다의 눈매 한 자락이풀섶에 내려앉은 듯 풀잎처럼 겸허한 줄기 끝에하루를 다 피워 올리고,이내 지는 꽃—무상(無常)의 진리를 그보다 더 분명히증명할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그대는 늘 거기 있었으나누구도 보려 하지 않았던 것그 작음 안에 세계는 다 있었고그 짧음 안에 영원은 머물렀다 철학은 스스로를 부풀리고시는 스스로를 태운다지만자주닭개비는 묻지 않는다어찌하여 피었는가, 어디로 질 것인가를 단지무엇이든 다 사라진 뒤에도한 줄기 기억처럼 남아그대 내면의 정적 속에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