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벽에 걸린 먼로

커피 향 스민 오후
하얀 벽 위로 눈을 들자
그녀가 있었다
시간을 잃은 듯
입꼬리엔  잔잔한  미소

 

마릴린 
당신의 이름만으로
한 시대가 떠오른다
붉은 립스틱 셀룰로이드 필름
화려한 불빛 아래 숨겨진 고독

 

강화도의 조용한 카페
환상은 사진 속에 갇히고
스크린의 화려함은 사라져

낡은 액자 틈으로
청춘의 잔상이 보인다

 

그 시절의 정적
브라운관 앞 우리는 

의미 모를 침묵 속

어른들 시선을 따라갔다

 

세월의 투명한 필터를 통해

이제는 안다
그들이 왜 정지된 빛의 파동에

그토록 오래 머물렀는지를

 

먼지 낀 사진 한 장 앞에서
그 시절의 공기를 다시 들이마신다
마릴린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고
우리의 기억은 여전히
그 시절을 사랑하고 있다

'마음길 > 사진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의 부식(腐蝕)  (0) 2025.04.26
옷고름  (0) 2025.04.25
그림자는 말이 없다  (0) 2025.04.25
시간의 발끝  (0) 2025.04.24
이슬의 무게  (0) 2025.04.24
푸대 앞에서  (0) 2025.04.24
교차의식(交叉意識)  (0) 2025.04.17
박제된 항해  (0)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