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먼로
커피 향 스민 오후
하얀 벽 위로 눈을 들자
그녀가 있었다
시간을 잃은 듯
입꼬리엔 잔잔한 미소
마릴린
당신의 이름만으로
한 시대가 떠오른다
붉은 립스틱 셀룰로이드 필름
화려한 불빛 아래 숨겨진 고독
강화도의 조용한 카페
환상은 사진 속에 갇히고
스크린의 화려함은 사라져
낡은 액자 틈으로
청춘의 잔상이 보인다
그 시절의 정적
브라운관 앞 우리는
의미 모를 침묵 속
어른들 시선을 따라갔다
세월의 투명한 필터를 통해
이제는 안다
그들이 왜 정지된 빛의 파동에
그토록 오래 머물렀는지를
먼지 낀 사진 한 장 앞에서
그 시절의 공기를 다시 들이마신다
마릴린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고
우리의 기억은 여전히
그 시절을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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