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옷고름

한 뼘 인형이
곱게 옷고름을 쥐고 서 있다.

 

말이 없어도
그 자세 하나로
시간과 예의가 묻어난다

 

그 곁에
당신의 뒷모습이 앉아 있다.
빛은 흐르고
주변은 조용히 흔들린다.

 

나는 그 틈에서
단단히 고인 순간을 들여다본다.

 

세상은 끊임없이
풀었다 다시 묶는 옷고름 같다.
그 끝을 당신과 내가 함께 매어가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셔터를 눌렀고
그 안에
당신과 인형과
그리고 묵묵한 사랑 하나가
오래도록 머물렀다.

'마음길 > 사진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리막길  (0) 2025.04.26
시간의 부식(腐蝕)  (0) 2025.04.26
그림자는 말이 없다  (0) 2025.04.25
시간의 발끝  (0) 2025.04.24
기억은 흑백으로  (0) 2025.04.24
이슬의 무게  (0) 2025.04.24
푸대 앞에서  (0) 2025.04.24
교차의식(交叉意識)  (0)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