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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 앞에서

 

한때는 황금이라 불렸던 것
볏짚 사이 숨죽인 쌀알들이
마을의 숨결을 지고 있었다

 

등짐지고 넘던 고개마다
배고픔보다 무거웠던
어머니의 숨결이 들려온다

 

이제는 탄수화물 죄인이라며
고개 돌리는 식탁 위에
밥 한 공기 외로워라

 

편의점 컵라면 속에서도
즉석밥 비닐 안에서도
쌀은 아직 기다린다
사람다운 하루의 시작을

 

푸대는 말이 없다
다만 끈으로 단단히 묶인 채
묵묵히 우리의 허기와
시간을 메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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