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가슴털 뽑아 네 가슴 따뜻하니?
펌글2012. 2. 24. 23:36
남의 가슴털 뽑아 네 가슴 따뜻하니?
한겨레신문 | 기사전송 2012/02/24 20:57
[한겨레] [토요판] 생명 ▶ 다운재킷에 숨은 ‘거위·오리 꽥꽥’ 또 한번 노스페이스 재킷이 논란입니다. 정상보다 10배 이상 큰 거위의 간으로 만드는 고급 요리, 푸아그라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된 거위의 털을 재킷의 충전재로 써온 사실이 드러나서죠. 헝가리의 그 거위는 5개월 동안 목에 튜브를 꽂고 사료를 먹어야 했겠죠. 알과 고기로 먹히고 털을 뽑히고 간까지 키워야 하는 고통, 만약 당신이 오리와 거위로 태어난다면 살고 싶을까요? 다음주에는 제주도 앞바다로 떠납니다.
그들은 가볍고 따뜻한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게 죄였다. 물가에 사느라 보온이 중요했다. 힘센 사람들이 옷을 탐냈다. 추운 겨울을 폼나게 나기 위해서였다. 결국 멱살을 잡아 뜯어 옷을 빼앗았다. 그 과정에서 팔이 부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결국 죽는다. 이건 노스페이스 패딩을 뺏기는 힘없는 10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의 포근한 겨울을 위해 헐벗는 오리와 거위 이야기다.
이 땅의 닭이 알을 낳고 고기가 될 운명이라면, 오리와 거위는 거기다 털 뽑히는 숙명까지 더해진다. 단열이 잘되는 깃털과 솜털 때문이다. 특히 가슴, 날개 밑 솜털은 매우 촘촘히 나 있다. 얇은 옷을 여러벌 겹쳐 입은 것처럼 공기가 통하지 않아 보온이 잘된다. 물가에 사는 물새만의 특권이다. 한 마리의 거위에서 나오는 깃털과 솜털은 최대 140g. 다운재킷(깃털과 솜털을 넣은 방한용 점퍼)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솜털은 이 중 10%에 불과하다. 우리가 입는 옷에는 15~25마리의 오리나 거위가 필요하다. 오리털과 거위털은 어떤 방식으로 얻는 걸까? 산 채로 뽑고 죽은 채로 뽑고
아픔과 추위로 잔인한 겨울
알과 고기에 간까지 내주는데
옷만이라도 뺏지 말아줘요
살아 있는 오리나 거위의 털을 잡아 뜯는다. 먼저 새의 머리를 사람 무릎 사이에 끼운다. 머리가 잡힌 새는 도망갈 수가 없다. 거위가 배를 보인 채 버둥거린다. 배 위로 사람 손이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가슴팍의 연한 솜털이 뽑혀나간다. 털을 뽑는 데는 채 3분이 걸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새하얀 털이 허공에 날린다. 생털이 뽑혀 아픈지 머리를 흔들며 꿱꿱 애처롭게 울어댄다. 대차게 날개를 퍼덕여 보지만 소용없다. 듬성듬성 털이 빠진 채 바닥에 던져진 거위가 쓰러진다. 사람을 피해 종종종 급히 걸어 되도록 구석으로 피한다. 이 과정에서 힘에 눌렸던 날개가 부러지고, 무릎에 끼어 질식하기도 한다. 목 아래로 빨간 피부가 선명한 거위들이 농장에 가득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털을 뽑히는 동안 받는 심한 스트레스로 거위의 혈액 속 포도당 수치가 2배로 오른다고 한다. 이런 강제 털뽑기는 생후 10주부터 6주 간격으로 반복된다. 알을 낳는 거위는 일생 동안 5번에서 최대 15번까지, 고기용으로 사육되는 거위는 4번 정도 산 채로 털을 뽑히다 죽는다.
이러한 학대행위는 중국과 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 주로 발생한다. 유럽연합은 살아 있는 오리나 거위에서 털을 뽑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농가에서는 오리나 거위의 자연 털갈이를 기다리지 않는다. 푸아그라나 고기용으로 사육되는 오리나 거위로부터 더 많은 이윤을 내려면 1년에 한번 봄마다 하는 자연 털갈이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 등 국제동물보호단체들은 푸아그라나 고기 소비를 위한 사육을 계속하는 이상 강제 털뽑기는 근절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다운재킷을 구매하는 것은 푸아그라 산업을 지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한편 고기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털은 고기의 부산물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오리농장 981가구 1273만5000마리 오리 중 고기용이 1110만4000마리다. 국내 수요가 적은 거위는 2010년 기준 9369마리가 산다. 주로 도축된 오리나 거위에서 털을 취한다.
전라남도 나주에서 오리 600만마리를 사육하는 한 오리전문기업의 방식을 보자. 수명 25~30년인 오리를 생후 45일에서 50일 사이에 도축한다. 살아 있는 오리의 멱을 따 몸에서 피를 다 빼낸다. 숨진 오리를 뜨거운 물이 담긴 3대의 탕적기에서 3~4분 정도 삶는다. 큰 깃털은 탈모기를 거쳐 제거한다. 아직 뽑히지 않은 잔털에는 왁스를 묻힌 뒤 왁스를 굳혀 함께 뽑아낸다. 피부에 박힌 촉(모근)까지 없애지 않으면 고기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3번이나 털을 뽑는다.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의 98%가 푸아그라용 가금산업에서 털을 생산한다면 고기 소비가 많은 중국과 우리나라는 97% 이상이 고기용 오리나 거위를 죽이면서 털을 얻는다.
이렇게 생산된 오리와 거위의 털은 국경이 없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솜털 및 충전재용 깃털 약 3000t을 수입하고 1만t을 수출했다. 생산량이 많은 중국, 대만, 독일에서 수입했고, 인건비가 싼 대만, 베트남, 중국 등으로 수출했다. 국내 소비자도 푸아그라용으로 사육중인 살아 있는 거위나 오리의 털을 뽑아 만든 패딩과 이불을 아무렇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동물학대의 결과로 만든 다운제품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기능성만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는 최근 높아가는 모피 반대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대부분 죽은 오리에서 털을 뽑았다는 이유로 도덕적 부담감을 덜 가져왔지만, 고기를 먹고 남은 털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라며 “합성소재로 만든 따뜻하고 가벼운 옷이 많이 있으니 다운의류를 입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세빛둥둥섬에서 있었던 모피패션쇼가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는 만큼 다운제품 소비 반대로까지 이어질지가 관심거리다.
오리랑 거위들은 털을 뽑히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금학을 전공한 강창원 건국대 동물생산·환경학과 교수가 그 마음을 대변했다. “물새인 오리와 거위는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해요. 머리를 뒤로 돌려 꽁무니를 쪼는 건 항문 위쪽 기름샘에서 나는 기름으로 깃털을 다듬어 방수를 하는 거죠. 털 뽑힌 채 살면요? 춥죠~ 얼마나 춥겠어요!”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그들은 가볍고 따뜻한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게 죄였다. 물가에 사느라 보온이 중요했다. 힘센 사람들이 옷을 탐냈다. 추운 겨울을 폼나게 나기 위해서였다. 결국 멱살을 잡아 뜯어 옷을 빼앗았다. 그 과정에서 팔이 부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결국 죽는다. 이건 노스페이스 패딩을 뺏기는 힘없는 10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의 포근한 겨울을 위해 헐벗는 오리와 거위 이야기다.
이 땅의 닭이 알을 낳고 고기가 될 운명이라면, 오리와 거위는 거기다 털 뽑히는 숙명까지 더해진다. 단열이 잘되는 깃털과 솜털 때문이다. 특히 가슴, 날개 밑 솜털은 매우 촘촘히 나 있다. 얇은 옷을 여러벌 겹쳐 입은 것처럼 공기가 통하지 않아 보온이 잘된다. 물가에 사는 물새만의 특권이다. 한 마리의 거위에서 나오는 깃털과 솜털은 최대 140g. 다운재킷(깃털과 솜털을 넣은 방한용 점퍼)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솜털은 이 중 10%에 불과하다. 우리가 입는 옷에는 15~25마리의 오리나 거위가 필요하다. 오리털과 거위털은 어떤 방식으로 얻는 걸까? 산 채로 뽑고 죽은 채로 뽑고
아픔과 추위로 잔인한 겨울
알과 고기에 간까지 내주는데
옷만이라도 뺏지 말아줘요
살아 있는 오리나 거위의 털을 잡아 뜯는다. 먼저 새의 머리를 사람 무릎 사이에 끼운다. 머리가 잡힌 새는 도망갈 수가 없다. 거위가 배를 보인 채 버둥거린다. 배 위로 사람 손이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가슴팍의 연한 솜털이 뽑혀나간다. 털을 뽑는 데는 채 3분이 걸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새하얀 털이 허공에 날린다. 생털이 뽑혀 아픈지 머리를 흔들며 꿱꿱 애처롭게 울어댄다. 대차게 날개를 퍼덕여 보지만 소용없다. 듬성듬성 털이 빠진 채 바닥에 던져진 거위가 쓰러진다. 사람을 피해 종종종 급히 걸어 되도록 구석으로 피한다. 이 과정에서 힘에 눌렸던 날개가 부러지고, 무릎에 끼어 질식하기도 한다. 목 아래로 빨간 피부가 선명한 거위들이 농장에 가득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털을 뽑히는 동안 받는 심한 스트레스로 거위의 혈액 속 포도당 수치가 2배로 오른다고 한다. 이런 강제 털뽑기는 생후 10주부터 6주 간격으로 반복된다. 알을 낳는 거위는 일생 동안 5번에서 최대 15번까지, 고기용으로 사육되는 거위는 4번 정도 산 채로 털을 뽑히다 죽는다.
이러한 학대행위는 중국과 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 주로 발생한다. 유럽연합은 살아 있는 오리나 거위에서 털을 뽑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농가에서는 오리나 거위의 자연 털갈이를 기다리지 않는다. 푸아그라나 고기용으로 사육되는 오리나 거위로부터 더 많은 이윤을 내려면 1년에 한번 봄마다 하는 자연 털갈이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 등 국제동물보호단체들은 푸아그라나 고기 소비를 위한 사육을 계속하는 이상 강제 털뽑기는 근절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다운재킷을 구매하는 것은 푸아그라 산업을 지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한편 고기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털은 고기의 부산물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오리농장 981가구 1273만5000마리 오리 중 고기용이 1110만4000마리다. 국내 수요가 적은 거위는 2010년 기준 9369마리가 산다. 주로 도축된 오리나 거위에서 털을 취한다.
전라남도 나주에서 오리 600만마리를 사육하는 한 오리전문기업의 방식을 보자. 수명 25~30년인 오리를 생후 45일에서 50일 사이에 도축한다. 살아 있는 오리의 멱을 따 몸에서 피를 다 빼낸다. 숨진 오리를 뜨거운 물이 담긴 3대의 탕적기에서 3~4분 정도 삶는다. 큰 깃털은 탈모기를 거쳐 제거한다. 아직 뽑히지 않은 잔털에는 왁스를 묻힌 뒤 왁스를 굳혀 함께 뽑아낸다. 피부에 박힌 촉(모근)까지 없애지 않으면 고기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3번이나 털을 뽑는다.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의 98%가 푸아그라용 가금산업에서 털을 생산한다면 고기 소비가 많은 중국과 우리나라는 97% 이상이 고기용 오리나 거위를 죽이면서 털을 얻는다.
이렇게 생산된 오리와 거위의 털은 국경이 없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솜털 및 충전재용 깃털 약 3000t을 수입하고 1만t을 수출했다. 생산량이 많은 중국, 대만, 독일에서 수입했고, 인건비가 싼 대만, 베트남, 중국 등으로 수출했다. 국내 소비자도 푸아그라용으로 사육중인 살아 있는 거위나 오리의 털을 뽑아 만든 패딩과 이불을 아무렇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동물학대의 결과로 만든 다운제품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기능성만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는 최근 높아가는 모피 반대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대부분 죽은 오리에서 털을 뽑았다는 이유로 도덕적 부담감을 덜 가져왔지만, 고기를 먹고 남은 털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라며 “합성소재로 만든 따뜻하고 가벼운 옷이 많이 있으니 다운의류를 입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세빛둥둥섬에서 있었던 모피패션쇼가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는 만큼 다운제품 소비 반대로까지 이어질지가 관심거리다.
오리랑 거위들은 털을 뽑히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금학을 전공한 강창원 건국대 동물생산·환경학과 교수가 그 마음을 대변했다. “물새인 오리와 거위는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해요. 머리를 뒤로 돌려 꽁무니를 쪼는 건 항문 위쪽 기름샘에서 나는 기름으로 깃털을 다듬어 방수를 하는 거죠. 털 뽑힌 채 살면요? 춥죠~ 얼마나 춥겠어요!”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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