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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

마음길/자 연2014. 6. 7. 12:49



안산 자락길에서 우연찮게 보았습니다.

작은애가 먼저 보았구요. 바로 "자벌레다!".

꺼리낌 없이 만져 보더니 "생각보다 딱딱하네."

라고 얘기하더군요.



저 몸으로 얼마나 많은 길이를 재어 봤을까요?


2014년 6월 6일 안산 자락길

 

 

 

좋은 시 한 수 소개해드립니다.


 자벌레, 자벌레가


변종태


오일시장에서 열 개에 오백 원 주고 사 왔다는

칠순 노모가 심어놓은 고추 모종을

자벌레 한 마리가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제 몸을 접고 접어 세상을 재던 놈이

제 몸의 몇 십 배는 됨직한 고추 모종을 해치우고 나서

다른 모종으로 건너가다가 내 눈에 딱 걸렸다

이걸 어떻게 죽여줄까를 고민하다가

먼지투성이 흙밭에 내려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나도 온몸으로 세상을 재던 시절이 있었지

온몸으로 세상의 넓이를 재느라

어미의 생을 갉아먹기도 하고

어떤 이의 상처를 갉아먹기도 하면서

아, 나도 노모(老母)의 생을 저렇게 갉아먹었을까

빠끔히 열린 문틈으로 비친 옥실

노모의 몸뚱이에 내 이빨자국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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